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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트렌드

[스타패션] 뉴진스 : 요즘 패션 트렌드를 알려면 뉴진스를 주목하자

by 패션 리포터 2022. 9.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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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맞는 옷 벗어던지고
활동성 강조한 과거로 회기 한다

사진출처 ㅣ 뉴진스 인스타그램

2000년대 말, 2010년 초반을 강타한 것은 스키니 바지였습니다. 유럽의 영향을 받았던 SM엔터테인먼트는 소녀시대, 샤이니 등 당시 출격하는 그룹에 상징처럼 스키니바지를 입게 했었죠. 그 콘셉트는 지난 10년간 다리에 자신 없는 이들을 괴롭혔습니다. 기사도 쏟아졌죠. 스키니바지는 혈액순환을 막는다는 주장부터 건강에 좋지 않으니 지양하라는 의견들도 이어졌습니다. 민망할 정도로 다리 라인을 강조하던 시대가 가고, 마침내 와이드 핏의 시대가 돌아왔습니다. 바로 뉴진 스라는 그룹을 통해서 말이죠. 

 

 

패션업계서는 이미 지난 2010년~ 2020년 초부터 와이드 핏이 성행했습니다. 다만 언제나 그렇듯, 쇼에 오른 제품이 대중에게 와닿기까지는 시간이 걸립니다. 스키니 핏이 소녀시대, 샤이니라는 시대의 상징을 타고 대중에 안착했듯이, 뭔가 ‘한 방’이 필요했습니다.

2010년대 말 국내에도 수입돼 일부 각광받았던 ‘보디 포지티브(Body Positive)’ 운동으로는 많이 부족했습니다. 이른바 ‘자기 몸 긍정주의’로 읽히는 이 개념은, 서구 사회에서 지난 1990년대 후반부터 나온 말입니다. ‘남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식이 조절은 하지 말자’는 등의 주장을 담은 이 주장은 개성이 중시되는 MZ시대라는 개념이 등장한 오늘날에야 대중에게 스며들고 있습니다.

 

미국 보디 포지티브 설립자 중 한 명인 코니 소브잭은 식이장애를 앓다 죽은 동생을 기리며 보디 포지티브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평생 다이어트를 이어가던 그는 체형 때문에 고통받느니 이를 긍정하자고 생각했죠. 이 때문에 1996년 단체를 만들었습니다.

 

당시 국내 이른바 ‘대세’ 걸그룹도 와이드 팬츠를 입었습니다. 보이그룹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큰 재킷, 커다란 품의 바지. 몸매를 드러내지 않아도 청순한 이미지로 팬들을 모았죠. 핑클, SES, HOT, 젝스키스 등 1세대를 강타했던 그룹들은 이런 패션을 입었습니다. 당대 서구의 영향이 없었다고 할 수 없었죠.

2000년대가 되자 이른바 ‘Y2K’ 패션이 유행했습니다. 최근 tvN 예능 프로그램 ‘지구 오락실’에서 멤버들의 콘셉트로 잡기도 했던 이 패션은, 패션 커뮤니티서 ‘혼돈의 패션기’로 불리기도 합니다. 벨로아 트레이닝복, 큰 티와 카고 바지, 볼레로 등 여러 핏이 존재했던 이 시기는 2010년대 스키니바지로 막을 내렸다가 다시 돌아오고 있습니다.

 

 

럭셔리와 엔터계의 메타버스 사업이
오히려 레트로 향수 불러일으켰다

 

사진 출처 : 뉴진스 인스타그램

메타버스, 아바타로 열리는 새로운 세상에서 ‘Next Level’을 외치던 사람들은, 레트로 감성을 그리워했던 모양입니다. 이달 8일 데뷔한 하이브 계열사 어도어의 신인 걸그룹 뉴진스는 대중의 향수를 자극하며 소위 ‘초대박’을 쳤습니다.

초동 기록을 세웠고, 이들을 기획한 민희진 대표이사는 “역시 민희진”이라는 평을 듣고 있습니다. 자신의 향수에서 가져왔다는 콘셉트는, 그간 패션계에 그림자만 떠돌던 레트로의 핵심을 정확히 파고들었습니다.

긴 생머리, 옅은 화장, 편안해 보이는 복장, 그 옛날 걸그룹을 연상케 하는 듣기 편한 노래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뉴진스는 이름부터 ‘새 청바지’입니다. 사람들이 편안하게 매일 찾는 청바지, 그 자체가 되겠다는 의미입니다.

 

AR필터로 자신의 얼굴을 손보고, 메타버스 속 아이돌 그룹을 따라다니며, 사이버틱한 콘셉트에 젖었던 소비자들은 정확히 향수를 자극받았습니다.

럭셔리 브랜드들이 NFT를 위해 가짜 세상을 만들고, 그 안에 아이돌의 가상 버전을 만들어 옷을 입히는 등 ‘이해할 수 없던 세계’에 한바탕 질린 것입니다.

제페토에서 구찌 아이템을 사고, 유료 화폐가 뭔지 공부하며, 메타버스 버전의 뮤직비디오를 출시했다는 소식보다 직관적으로 들리는 음악, 뮤직비디오에 명확히 나오는 멤버들의 얼굴 등에 대중이 반응한 것입니다.

민 대표는 앞서 걸그룹을 론칭하기 전 헤겔의 ‘정반합’ 이론에 따른다고 했습니다. 한껏 미래 세계로 끌어왔던 시장의 주류는 다시 레트로로 당겨지고 있습니다.

 

 

럭셔리의 시작은 바로 "와이드 패션" 

 

 

패션은 돌고 돕니다. 1980년 호주에선 라코스테, 랄프 로렌 등을 중심으로 큰 핏의 상의가 유행했습니다. 어깨선은 본인 어깨보다 넓어야 했죠. 지금의 이른바 ‘오버사이즈’ 핏과 다를 게 없습니다. 이런 핏은 과거 ‘하의실종’이라는 이름으로 국내서도 유행했지만, 지금과 다른 것은 ‘하의실종’이 아닌 ‘하의 있음’이라는 차이가 있겠군요.

1970년대 중반~1989년, 미국 뉴욕서는 랄프 로렌, 루이뷔통, 구찌, 아디다스, 캉골 등을 중심으로 청바지, 트레이닝복, 큰 핏의 상의가 유행했습니다. 당시 고유한 개성을 드러내는 힙합 패션이 인기 있었기 때문입니다. 1970년대 초반에는 피에르 가르뎅 등을 중심으로 넓은 하의가 유행했습니다. 호주에서처럼, 상의는 딱 맞아야 했습니다. 지난 몇 년간 시장에 판매됐던 짧은 크롭티 같은 상의와 넓은 바지의 조합이 유행했던 것입니다. 

 

 

힙하거나 아님 편하거나 

사진출처 ㅣ 뉴진스 인스타그램

 

비슷한 시기, 영국에선 비비안 웨스트우드를 중심으로 큰 재킷이 유행했었습니다. 펑크족이 유행했던 당시, 얼굴에 피어싱을 하거나 기존의 유행과 다른 패션을 따라야 한다는 인식이 일부 존재했습니다.

실제 당시 비비안 웨스트우드는 머리를 탈색한 후 뾰족하게 만들었습니다. 옷핀을 귀걸이처럼 착용하기도 했는데, 이러한 유행은 오늘날까지 큰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모자에 단 옷핀, 귀걸이에 달린 옷핀을 패션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한 번쯤 보셨을 것입니다.

 

 

결국은 돌고 돌아 실용주의가 패션에서 승리했다

 

1930년대는 샤넬을 중심으로 프랑스에서 통 넓은 바지가 각광받았습니다. 이 당시 바지는 여성들에게 대중화되기 전이었습니다. 시대적 혼란을 거쳐 편안한 옷이 중시되면서 핏을 중시하는 것이 아닌 편안한 바지가 널리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가브리엘 보뇌르 샤넬(코코 샤넬)은 패션업계에 진출하면서 단순하고 입기 편한 옷을 만들겠는 원칙을 세웠습니다. 

당대 ‘사내 같은 여자’라고도 불렸던 샤넬은 일찍이 옷의 제기능을 알았던 모양입니다. 당시 여성스러움이 강조되던 옷이 아닌 편안한 옷을 만들었던 샤넬은, 프랑스보다 미국에서 더 각광받기도 했습니다. 미국은 유럽에 영향을 주었고, 샤넬은 결국 승리자로 역사에 남았죠.

 

실용주의, 오늘날 패션계에서도 뗄 수 없는 말입니다. 손바닥만 한 티셔츠, 사이버틱한 장신구와 콘셉트 일색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실용성을 기반한 활동복이 된 시대로 돌아왔습니다. 

 

 

뉴진스를 패션을 보면서 새롭게 느끼는 패션의 세상 

 

패션 브랜드나 스타일, 유행이란 것이 덧없다는 생각이 패션 피플들에게 은근히 스며들게 됩니다. 그저 나에게 좀 잘 맞고 잘 어울린다면 세속적인 기준은 따지지 말고 재미있고 즐겁게 무엇이든 소화하면 그걸로 패션은 완성이라는 것입니다. 

결국 패션은 자신감입니다. 

 

한 두 가지 패션 브랜드나 스타일에 매몰되지 않고 뭐든 다양하게 시도하면서 즐겁게 소화하는 것, 무엇보다 결국 패션 센스란 건 조합과 편집의 능력이라는 점을 명심하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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